게이머처럼 법을 고치는 조선의 꼼수 법적 의제의 양면성에 대한 메인의 역사적 통찰 친구나 선후배와 즐겨 하는 멀티플레이어 게임을 떠올려보자. 게임사에서 공식으로 업데이트하는 패치노트와 달리, 유저들이 직접 게임 파일을 수정해서 새로운 캐릭터나 아이템을 추가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모드(MOD)라고 한다. 법률 세계에도 이와 비슷한 법적 모드라는 장치가 존재한다. 바로 법적 의제이다. 법적 의제란 실제로는 사실이 아닌 어떤 것을 법적으로는 마치 사실인 것처럼 취급하고, 반대되는 증거가 나와도 그 취급을 굽히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오랜 기간 생사가 불확실한 사람에 대해 법원이 실종 선고를 내리면 그는 법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가 실제로 살아 있다 해도 법원은 다시 실종 선고를 취소하기 전까지는 그를 여전히 사망한 것으로 취급한다. 이것은 법적 의제라는 법률 모드가 작동한 결과이다. 이러한 법적 의제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두고 학자들 사이에서는 오랜 기간 논란이 있었다. 역사학자 메인은 이 법적 의제라는 도구가 가진 유용성을 인정하는 입장에서 법적 의제의 규범적 의의를 설명한다. 그는 사회가 정체된 사회와 진보하는 사회로 나뉜다고 보았다. 사회적 필요와 법 사이에 거리가 멀어질 때, 정체된 사회는 법을 문명 발달의 족쇄로 만들지만, 진보하는 사회는 문명이 발달하면서 뒤처지게 된 법을 사회에 맞춰 끊임없이 수정한다. 이처럼 진보하는 사회에서 사회와 법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데 필요한 조건 중 하나가 바로 법적 의제였다. 메인은 법적 의제를 통해 유년기의 사회 단계를 설명한다. 당시 사람들은 법이 변한다는 것에 미신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어도 실제로는 분명 법을 고쳤지만 법이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믿음을 사람들에게 심어 줘야 했다. 실로 법적 의제는 그러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가장 최적화된 조건이었다. 이러한 역사...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완성되는 연극 무대 현존재의 캐스팅 보드 하이데거의 존재론과 무대 소품을 통한 세계의 이해 우리는 세상을 어떤 무대로 바라보는가. 어떤 사람들은 무대 위의 모든 것이 그저 나무판자와 천 조각이라는 물질일 뿐이라고 믿는다. 이것이 유물론의 전제이다.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무대라는 외부 세계가 오직 관객의 머릿속 상상으로만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것이 주관적 관념론의 조건이다. 하이데거는 이 두 가지 극단적인 인과를 모두 거부한다. 인간은 무대 위에 덩그러니 놓인 단순한 소품이 아니다. 인간은 자신이 왜 이 무대에 서 있는지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이다. 하이데거는 세계와 단절된 관객이 사물의 의미를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주관적 관념론의 생각도 비판한다. 그가 강조하는 핵심 정보는 무대 위에 함께 존재하는 인간과 사물이 맺는 생생한 호흡과 관계 그 자체이다. 하이데거는 과거의 학자들이 무대 위의 개별 배우나 소품인 존재자에만 집착했다고 비판한다. 그는 소품 자체가 아니라 소품이 무대 위에 드러나는 사건인 존재에 집중해야 한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그는 스스로 존재 물음을 던지는 이 특별한 배우를 현존재라고 불렀다. 현존재가 무대를 경험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시간이다. 하이데거에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대본의 페이지처럼 일직선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다. 배우의 과거 연습 기록과 현재 손에 쥔 소품과의 교감 그리고 미래의 다음 대사가 한순간에 통합되어 무대 위에 존재자를 드러낸다. 이런 통합된 시간 구조 속에서 현존재는 막이 내리는 순간인 죽음을 인식한다. 유한한 공연 시간을 자각할 때 인간은 비로소 진정한 존재 물음을 던지게 된다. 그렇다면 현존재는 무대 위의 소품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경험하는가. 하이데거는 사물이 현존재와 맺는 인과 방식에 따라 두 가지 상태로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 조건은 손안에 있음이다. 우리가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