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중(盤中) 조홍(早紅)감이 ] The key 최상위가 보는 해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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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盤中) 조홍(早紅)감이 고아도 보이는다

유자(柚子) 안이라도 품엄즉도 하다마는

품어 가 반기리(반길 이) 업슬새 글로 설워 ㅎ니다

박인로 님 작, 「조홍시가」 제1수 심층 분석 원문


개요: 사물에 깃든 효(孝)의 정서와 풍수지탄(風樹之嘆)

박인로 님의 「조홍시가」 제1수는 일상적인 사물인 '조홍감'을 매개로 하여, 돌아가신 부모님께 효도를 다하지 못하는 자식의 깊은 슬픔을 노래한 작품임.

이 시조는 '풍수지탄(風樹之嘆)'이라는 유교적 윤리관에 기반한 보편적 정서를 탁월하게 형상화함.

작품의 구조는 (초장) 사물에 대한 감흥, (중장) 고사(故事)를 통한 연상, (종장) 현실 인식과 정서의 표출이라는 정교한 3단 논법을 따름.

아름다운 자연물(景)이 오히려 화자의 내면적 슬픔(情)을 심화시키는 '선경후정'의 변용 구조가 돋보임.

1. 시구 풀이: 장(章)에 담긴 시상 전개

가. 초장: 시각적 감흥의 단계

'반중(盤中) 조홍(早紅)감이 고아도 보이는다'

화자는 소반 위에 놓인 일찍 붉어진 감(조홍감)을 바라보고 있음.

'고아도 보이는다'는 감탄은 대상에 대한 순수한 시각적 매혹과 긍정적 인식을 드러냄.

아직 슬픔의 정서는 표면화되지 않으며, 탐스러운 감에 대한 감각적 인상이 중심이 됨.

나. 중장: 연상과 내적 갈등의 단계

'유자(柚子) 안이라도 품엄즉도 하다마는'

화자는 '조홍감'을 보고 즉각적으로 '유자'를 연상함.

'유자'는 중국 '육적회귤(陸績懷橘)'의 고사를 환기하는 핵심 시어임.

육적(陸績)이 어릴 적 원술(袁術)에게서 받은 귤을 어머니께 드리기 위해 품속에 숨겼다는 이 이야기는 '효'의 상징임.

화자는 '조홍감'이 비록 그 고사 속의 '유자'는 아닐지라도, 자신도 육적처럼 부모님께 드리기 위해 품에 품고 싶다는 강한 내적 욕망을 느낌.

'하다마는'이라는 어미는 이 욕망이 현실에서 실현될 수 없음을 암시하며, 비극적 전환을 예고함.

다. 종장: 현실 인식과 비애의 표출

'품어 가 반기리(반길 이) 업슬새 글로 설워 ㅎ니다'

중장에서 발생한 '효행의 욕망'은 종장에서 '현실의 벽'에 부딪힘.

'반기리'는 화자가 가져다줄 감을 기쁘게 받아줄 대상, 즉 부모님을 의미함.

'업슬새'(없으므로)라는 시어는 부모님이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게 함.

결국 초장의 아름다운 '조홍감'은 효도를 실천할 수 없는 화자의 처지를 부각하는 '객관적 상관물'로 기능이 전환됨.

화자는 이 불가능성으로 인해 '설워 ㅎ니다'(서러워한다)며 슬픔의 정서를 직접적으로 토로함.

2. 총체적 작품 분석: 조홍감, 효(孝)를 환기하는 비극적 매개체

이 작품의 주제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워하며 효도를 다하지 못하는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집약됨.

작품의 백미는 '조홍감'이라는 구체적 사물에서 '육적회귤'이라는 관념적 고사를 이끌어내고, 이를 다시 '부모의 부재'라는 개인적 현실과 결부시키는 정서적 연쇄 과정에 있음.

초장의 '고움'(아름다움)과 종장의 '설움'(슬픔)은 단순한 대조가 아님.

'조홍감'이 아름답고 탐스러울수록, 그것을 받아줄 '반기리'가 없다는 사실이 더욱 비극적으로 부각됨.

즉, 대상의 긍정적 속성이 화자의 부정적 정서를 극대화하는 역설적 기능을 수행함.

박인로 님은 이 한 수의 시조를 통해, '효'라는 조선 시대 사대부의 핵심 이데올로기를 구체적인 삶의 정서로 완벽하게 치환해냄.

이는 단순한 감상의 토로를 넘어, 유교적 윤리와 인간 본연의 그리움이 결합된 높은 수준의 서정성을 성취한 것임.

3. 핵심 시어 분석: 상징과 대립의 역학

'조홍감(早紅감)': 화자의 정서를 촉발하는 '매개체'이자 '객관적 상관물'임. 처음에는 감탄의 대상이었으나(초장), 효행의 욕구를 불러일으키고(중장), 결국 부모의 부재를 확인하며 슬픔을 심화시키는(종장) 복합적 기능을 함.

'유자(柚子)': '조홍감'에서 '효'라는 주제 의식을 이끌어내는 '연상의 고리'임. '육적회귤'이라는 고사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으며, 화자가 지향하는 '효'의 모델을 상징함.

'반기리(반길 이)': 부모님을 지칭하며, 시적 슬픔의 근본 원인이 되는 '부재하는 대상'임. 이 대상의 '없음'(業)이 시 전체의 비극성을 결정함.

'고아도' (vs) '설워 ㅎ니다': 작품의 표면적인 정서적 대립임. 사물(세계)의 아름다움과 화자(자아)의 슬픔이 충돌하며 주제를 선명하게 함. 아름다운 사물을 보고도 순수하게 기뻐하지 못하고 슬픔을 느끼는 화자의 처지가 강조됨.

4. 구조와 흐름 분석: '선경후정'의 심화 변용

이 시조는 사물(景)을 먼저 제시하고 감정(情)을 뒤에 드러내는 '선경후정(先景後情)'의 기본 구조를 따름.

그러나 단순한 '선경후정'이 아니라, '경(景) - 연상(聯) - 정(情)'이라는 한층 더 정교화된 3단계의 논리적 흐름을 보여줌.

가. 1단계 (초장: 景): 감각적 인식. '조홍감'의 아름다움을 관찰함.

나. 2단계 (중장: 聯): 관념적 연상. '조홍감'을 '유자'(육적회귤 고사)와 연결하며 '효'라는 주제를 내면으로 끌어들임.

다. 3단계 (종장: 情): 정서적 귀결. 연상된 '효'를 실천할 대상(부모)이 부재함을 깨닫고 슬픔을 표출함.

이러한 점층적 시상 전개는 화자의 감정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논리적인 과정을 거쳐 발생했음을 보여주며, 독자의 깊은 공감을 유발함.

5. 출제 예상 문제

가. 문답형 기본형

질문 1: 화자가 '조홍감'을 보고 '설워 ㅎ'는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답 1: '조홍감'을 받아 기뻐하실 부모님('반기리')이 이미 돌아가시고 안 계시기 때문임.

질문 2: 중장의 '유자'가 시 전체의 주제 형성에 기여하는 방식은 무엇인가.

-답 2: '육적회귤'이라는 효(孝)에 관한 고사를 연상시켜, 화자의 슬픔이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라 효도를 다하지 못하는 '풍수지탄'의 정서임을 명확하게 함.

질문 3: 이 시조의 내용과 가장 관계가 깊은 한자성어는 무엇인가.

-답 3: 풍수지탄(風樹之嘆)임. (혹은 반포지효(反哺之孝)를 실천하고 싶으나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도 해석 가능함).

나. 문답형 심화형

질문 1: 초장의 '고아도'라는 긍정적 인식과 종장의 '설워 ㅎ니다'라는 부정적 정서가 어떻게 논리적으로 연결되는지 서술하시오.

-답 1: '조홍감'이 '고아도' 보일 만큼 아름답고 탐스럽기 때문에, 화자는 그것을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욕망(효심)을 강하게 느낌. 그러나 그 대상인 부모님이 부재하기에 그 욕망은 좌절되며, 대상의 아름다움이 클수록 좌절된 욕망으로 인한 슬픔('설움') 또한 더욱 깊어지는 관계임.

질문 2: 이 시조가 '선경후정'의 일반적인 구조와 차별화되는 지점을 중장과 관련지어 설명하시오.

-답 2: 일반적인 선경후정이 '경치'에서 '정서'로 바로 이어진다면, 이 시조는 '경치'(조홍감)와 '정서'(설움) 사이에 '연상'(유자/고사)이라는 구체적인 지적, 관념적 단계를 삽입함. 이 연상 단계가 화자의 슬픔에 '효'라는 명확한 윤리적 근거와 깊이를 부여하는 차별점을 만듦.

질문 3: 화자가 '유자 안이라도'라고 표현한 의도를 추론하여 서술하시오.

-답 3: '유자'는 육적의 고사에서 효의 상징물이 된 특별한 과일임. 화자는 자신이 가진 '조홍감'이 그 '유자'가 아닐지라도,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마음(효심)의 본질은 육적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강조하려는 것임. 즉, 사물의 종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효를 실천하려는 마음이 중요함을 드러냄.

다. 서술형 문제

문제 1: 이 시조의 시상 전개 과정을 '조홍감'의 기능 변화를 중심으로 단계별로 서술하시오.

-예시 답: 1단계(초장)에서 '조홍감'은 화자의 시각적 감탄을 유발하는 순수한 감상의 대상(아름다운 사물)으로 기능한다. 2단계(중장)에서 '조홍감'은 '유자'와 '육적회귤' 고사를 연상시키는 매개체로 기능하며, 화자에게 효행의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3단계(종장)에서는 효행의 대상('반기리')이 부재함을 확인하게 하여, 화자의 내면적 슬픔을 최고조로 이끌어내는 비극적 '객관적 상관물'로 그 기능이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문제 2: 이 시조의 화자와 <보기>의 화자가 '대상'을 대하는 태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서술하시오.

<보기> 묏버들 갈해 것거 보내노라 님의손대

자시난 창밧긔 심거 두고 보쇼셔

밤비예 새닙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쇼셔

(홍랑 님)

-예시 답: 공통점은 두 화자 모두 '대상'(조홍감, 묏버들)을 부재하는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은 마음을 매개체로 삼아 자신의 정서를 표현한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보기>의 화자는 '님'에게 '묏버들'을 실제로 보내며(보내노라) 자신의 사랑과 분신이 대상에게 전달되기를 기원하는 반면, 이 시조의 화자는 '조홍감'을 '반기리'(부모님)에게 보내고 싶지만 대상의 부재로 인해 그 행위 자체가 불가능함을 깨닫고 슬퍼(설워 ㅎ니다)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즉, <보기>는 사랑의 전달을, 이 시조는 효의 좌절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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